군생활 후기
군대에는 두가지 길이 있다. 첫번째는 주어진 일을 열심히하고, 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하면서 모든 선임들에게 이쁨받으며 원만하게 군생활을 마치는 에이스의 길이다.두번째는 하라는 작업만 끝내고, 인간관계도 신경쓰지 않으면서 자기할 것만 열심히 하는 길이다.
군생활을 보람차게 하려면 이 두가지 길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경험상 보았을때, 두가지를 다 챙기기는 힘들다. 어설프게 2년을 날리고 싶지 않다면, 두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나는 두번째를 선택했다. 나는 항상 야망이 있는 사람이었다. 군대 후는 지금과는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체중을 감량하고, 책을 읽고, 사업이라는 꿈을 향해 서 나아가야했다. 처음부터 선임들과 마찰이 있었던것은 아니었다. 나도 처음에는 잘 지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쓸데없는 군기와 가오를 겪으면서, 잘 지내봤자 도움이 안될것이라 판단했다.
물론, 아버지 시대처럼 옛날 군대였다면, 나 역시도 기었을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 않다. 두들겨 맞지는 않는다. 또한 내 멋대로 행동해 보았자 최악의 결과가 아무도 나한테 말을 걸지 않는 것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근데 내가 이길것 같긴 했다.
두번째 길은 고난의 행군이었다. 밥도 혼자먹고 작업도 혼자했으며 동기들 조차 달갑지 않아했다. 일과를 마치고 나면 도서관이라고 하기도 뭐한 작은 방에 박혀서 책을 읽었다. 휴대폰만 받으면 넷플릭스를 키는 동기,선임들을 보며 위안이 되기도 했다. 군생활 동안 목표는 두가지였다. 운동을 쉬지말것, 꿈을 찾을것.
틀어박혀 책만 읽었어도 몇몇의 친구가 생겼다. 항상 연등을 같이하던 사람들이었다. 친해지고나니 멘탈에 크게 도움을 주었다. 나도 대화할 상대가 필요했었나 보다. 그 친구들과 항상 무언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즐거웠다. 굳게 길을 가다보면 가치관이 맞는 사람들끼리 친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임들은 나를 싫어했고, 나 역시 혐오했다. 나는 간부들도 싫었다. 하고싶은 말은 죄다했던 것 같다. 돌려까기도 해보고 어떤 선임에게는 쌍욕도 박아봤다. 심지어는 울려도 보았다. 어떤 간부는 나한테 심각한 모욕을 받았다고 다른 간부에게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렇게까지 하니 생활이 조금 편해졌다. 아무도 나와 말을 섞으려고 하지 않았다. 정말 폐급이었다.ㅋㅋ 하지만 나는 행복했다.
결과적으로 명확한 꿈을 찾지는 못했다. 그러나 방향을 정했다. 나는 방향에 맞게 과를 바꿔야 했고, 전과가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능을 다시 준비했다. 그 후론 아무 간섭도 받지않고 자기 할일만 하며 공부했던 것 같다. 목표를 정하니 두루뭉실했던 일상도 명확해졌다. 하루하루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군대에서는 생각할것이 없어서 편했다. 밥은 제때 주었고, 인간관계는 신경 밖이었으며, 작업은 필사적으로 빼면 되었다. 나는 공부만을 생각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생각없이 그저 도서관으로 향할 뿐이었다.
지금은 원하던 학교에 합격했고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볼때 나는 내가 갔던 길에 만족한다. 책을 많이 읽으면서 생각이 깊어졌음을 느낀다. 상병 쯔음엔 동기들과도 잘 지냈다. 충실한 부하들도 많이 생겼다. 간부들도 병장쯤 되니까 나를보고 그러려니 했다. 도서관에서 친해진 동기와는 여태까지의 친구들 중에 가장 잘맞았기 때문에 오래가지 않을까 싶다. 거의 1년을 동고동락했던 내 맞후임도 마찬가지이다.
그냥 이런 군생활도 있었다. 나는 모두에게 인정받는 그런 군생활을 보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보람찬 군생활이었다고 확신한다. 나 자신만이 나를 인정하는 군생활이었다.
이제는 '군생활을 잘했다'라는 기준이 무엇일까. 군생활 후에도 남는것을 최선을 다해 하는것. 그게 보람찬 군생활을 했다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