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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밤바다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이유

대학교 여름방학이었다. 친구들과 제주도를 다녀왔는데 홀로 밤바다를 갈 일이 있었다. 늦여름이었는데 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그 넓은 도로에 나혼자 있었고, 주변 건물은 낮아서 넓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그렇게 걷다가 바다에 도착했다. 소주 하나를 사고 바다에서 버터 오징어와 같이 먹었다. 바다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파도 소리는 뚜렷하게 들렸고 저 멀리서 등대가 빛을 비추고 있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눈물이 났다. 이유는 몰랐었지만 펑펑 울었다. 전혀 우울한 눈물은 아니었다. 

 

사람은 사물과 현상에서 의미를 찾거나, 의미를 부여한다. 막연하고 혼란스러운 순간에 현상을 해석하고 나름대로의 이유를 붙일 때 알 수 없는 감정이 벅차 오른다. 더 나아가 의미를 찾고있는 자신을, 나의 정신을 발견할때 눈물이 난다.

 

이런 물감덩어리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있다. 처음에는 막연할 것이다. 어떠한 구도도 없고, 형태도, 특별한 기교가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감상자가 처음 느끼는 감정은 불쾌함이다. 그림을 보고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감상자는 어떠한 개념으로든 이해하려는 자신의 정신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쾌의 감정을 느낀다. 불쾌함이 쾌의 감정으로 바뀌는 순간 감정이 벅차 오르며 눈물이 흐른다. 감동과 숭고함은 그림에 있는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정신에 있는 것이다.

 

아무도 없는 밤바다에서 혼자 눈물을 흘린 이유는 시절 나의 삶이 굉장히 무기력했기 때문이었다. 좋아하는 것도, 싫어하는 것도 딱히 없었다. 하고싶은 것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얕은 인간관계나 걱정하고 있었다. 무언가에 몰입해서 대학생활을 보내고 싶은데 그럴 대상도 없었다. 공허한 밤바다에서 이런 무기력한 나의 상황를 끌어냈다. 의미란 찾아볼수 없고 껌껌한 바다에서 그럴듯한 의미를 찾아낸 것이다. 그때 눈물이 났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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